40대의 퇴사 후 창업, 그리고 6개월 소회

40대 중반에 맞이한 가을, 불현듯 회사와 “헤어질 결심”

모든 직장인 특히 40대 직장인이 그러하듯 다들 퇴사를 결심하거나 고민하게 된다.

사실 몇 번의 퇴사 시도가 있었으나 입사보다 더 어려운 것이 퇴사라고 느꼈다.
연차가 쌓일수록 가정, 직장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퇴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더라도 시도가 없으면 술안주와 푸념의 클리셰가 될 것이다.
다들 잠깐 퇴사를 꿈꾸어도 다시금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다.

어찌되었든 마음을 잡고 계속 다녀보려고 해도,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직장인으로서 한계와 안타까움의 강도는 강해져 더이상 직장에 머물기 힘들었다.
직장과 나의 동거는 조직과 나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안될 것을 느끼고 11월에 회사에 퇴사의사를 밝혔다.

차년도에 시작되는 프로젝트의 착수 및 세팅을 마무리하고 그만 두려고 했으나,
신규 사업이 늦어질 것으로 발표되어 12월 31일까지 공식적인 근무를 하였다.

후임, 동료들에게 그만 둔다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휴가를 갔다.
휴가 중에 전자문서가 결재가 되었는지 동료들이 알게되어 연락이 오기도 했다.

퇴사하면 무슨 일은 해야 하나

퇴사 후 일단 배운 것부터 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했던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사업분야가 된 것이다.

그렇게 부푼 기대와 꿈으로 퇴사를 하고, 퇴사와 동시에 법인을 설립했다.
시작부터 왜 법인이냐고 말씀들이 있었지만,

사실 내가 하려는 일이 창업이나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일인데,
법인도 모르는 사람이 법인 대표님에게 컨설팅이 가능할까?

아, 물론 법인으로 하면서 자금운용이나 번거로운 것들이 하나둘 아니다.
세상에 같은 건물에서 호실 바뀌는 문제도 등기를 새로 해야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아직 맞아보지 않았으나 세금도 문제일테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그리고 사이클도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려웠는데 조금씩 눈에 보인다.

물론 초기에는 여러 사람들이 도와준 듯 하다.
호기롭게 퇴사와 창업을 했는데 집에서 놀고 있다면 우울증이 재발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 딱 좋을터인데,
1~3월까지 바쁘게 보내고 4월은 일은 없으나 기타소득과 관련된 활동들이 늘고
5월이 되어도 크고 작은 일들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무서운 건 4월부터 조금씩 일이 줄고 시간이 비워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놀 수 없어서 이런저런 일을 만들어보려고 애를 썼고, 책도 많이 읽었다.
한편, 기존 고객(전 직장)이 아닌 B2C, B2B를 위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했다.
하지만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물론 자본없이 기획한 과업이라 내게는 실험이고 교훈이다.
식당처럼 인테리어 공사나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 시장반응을 보았던 시간은 무척 소중하게 생각된다.

일단 그렇게 한달 두달 보냈다.
월급보다는 일에 대한 계약금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당장 일이 없어도 벌어논 돈으로 먹고 살 수 있고
가끔씩 기타소득도 발생했다. 하지만 난 이것이 무섭다.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어서 당장은 살 수 있으나 언제까지 이렇게 이 업을 영위할 수 없는 법.
혼자 일하므로 연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로 혼자 일하기 때문에 내가 일하지 않으면 바로 망하는 것이다.
지금은 나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용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 후 6개월이 지나고 비로소 ‘사업’을 하고자 한다.

흔히 사업과 장사를 비교한다.
내가 일하지 않고도 물론 일을 안하면 안되겠지만
사업이라고 말하는 인력, 업무체계, 인프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내가 만약 아프거나 바빠서 다른 일을 못하면 문을 닫게 되는 장사를 하고 있다.

이제 사업을 하기 위해서 이 블로그를 열었고 두서없는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일종의 성장일기?

그렇게 사업가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과 지식을 채워가려고 한다.
처음 섯달은 책상 하나로 시작했다. 그곳을 떠나 지금 작은 보금자리가 너무 좋다.
하지만 공유오피스 한 구석에 있었던 그때의 순간을 생각하며, 또다시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 갈 것을 꿈꿔본다.